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로고

“불평등 줄일 사회 안전장치” vs “천문학적 재원 효과는 미미” [심층기획 - 지구촌 기본소득제 논쟁]

운영자 | 기사입력 2021/04/06 [12:05]

“불평등 줄일 사회 안전장치” vs “천문학적 재원 효과는 미미” [심층기획 - 지구촌 기본소득제 논쟁]

운영자 | 입력 : 2021/04/06 [12:05]

 

코로나發 부의 불평등이 촉발
美 도입 추진 지자체장協에 36곳 가입
獨도 대학·연구소 주축 도입 실험 착수
英 의원 “사회주의자 발상 치부됐지만
팬데믹 후 실용적 제도로 인식 바뀌어”

미래 대비인가, 과잉 복지인가
“고도화 로봇이 인간 일자리 대체 가속”
미래학자들은 대다수 “도입 검토” 목청
加 지급 실험 ‘효과 회의론’에 중도 중단
스위스도 도입안 국민투표 결과 부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경제·사회적 위기 타개 방안으로 보편적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기본소득제 실험을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영역이 확산하는 사회 변화와 맞물려 기본소득제는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 안전장치라는 지적과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고 저소득층의 생활 수준 향상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회의적 시각이 팽팽하다. 어찌 됐든, 코로나19 지원금 지급이 기본소득제 도입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가 부른 기본소득제 논의 본격화

지난달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즈빌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범죄기록 보유자들에 대한 기본소득 프로그램 도입을 결정했다. 향후 2년간 매달 일정 금액을 지원해 전과자들의 빈곤 탈출과 사회적 자립을 돕겠다는 취지다.

로런 포 게인즈빌 시장은 “코로나19 습격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 손실로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이 늘어났다”며 “기본소득은 우리 지역 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필수적 수단으로, 기본소득 관련 첫 번째 프로그램은 경제적 불안정성에 노출된 이들이 받을 충격을 완화하는 쿠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편적 기본소득제란 다른 소득 수단을 통해 받는 수입 외에 정부와 공공기관 등이 국가에 소속된 모든 시민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일정한 돈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을 말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원되고,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에게 지급되며, 또 일회성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 시장을 포함해 미국 내 기본소득제를 추진하는 지자체장은 현재 36명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기본소득제 추진을 위한 미국의 지자체장 협의기구(MGI: Mayors for a Guaranteed Income)’를 만들고 웹사이트(www.mayorsforagi.org)를 통해 관련 정보와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와 애틀랜타, 뉴저지주 뉴어크, 미시시피주의 잭슨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 약 700만명이 기본소득 시범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게 MGI의 설명이다. 최근 억만장자인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이 기구에 300만달러(약 36억원) 후원 의사를 밝히며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기업인 앤드루 양이 국민 1인당 매달 1000달러(약 120만원)씩 지급하는 공약을 내세워 큰 관심을 끌면서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붙였다.

독일도 올봄부터 UBI 실험을 시작한다. 독일의 비영리재단 ‘내 기본소득’과 독일경제연구소, 쾰른대학 등은 지난해 여름 기본소득 실험을 위해 1500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이 중 120명을 선정해 올봄부터 매달 1200유로(약 157만원)씩 3년간 지급한다. 연구진은 지원금을 받지 않은 1380명과 이들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진행한다. 참가 신청 수가 150만명에 달했고 15만명이 실험에 기부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오스트리아의 옛 공장촌 작은 마을인 마리엔탈은 지자체 노동당국과 영국 옥스퍼드대가 손잡고 ‘보편적 일자리 보장제’ 실험을 진행한다. 실업수당 지급이나 선별적 공공 일자리 제공이 아니라 장기 실직자 모두에게 완전한 형태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게 실험의 취지다. 실직 기간이 1년 이상인 주민 약 150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공적 자금을 지원한 민간 기업 또는 조경·육아·토목 등의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가 제공된다. 영국도 중도 성향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UBI 시범 도입을 진행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민주당 크리스틴 자딘 의원은 CNN에 “코로나19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UBI를 바라보게 만든 ‘게임체인저’였다”며 “이전까지 UBI는 사회주의자들의 아이디어였으나 이젠 실용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각국의 기본소득제 실험… “로봇이 노동 대신하는 시대 대비해야”

코로나19는 기본소득제 도입 여론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코로나19가 대유행했던 지난해 3월 영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1%는 보편적 기본소득제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영국 뉴캐슬대학의 행동과학자인 대니얼 네틀은 코로나19가 정부의 현금 지급을 일반화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논의가 촉발되기 전부터 이미 기본소득제를 시행한 국가들도 있다. 핀란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복수 수당을 받는 실직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무조건 월 560유로(약 76만원)를 지불했다. 미국 알래스카주의 경우는 40년 전인 1982년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자원 매장량이 풍부한 지역이어서 석유 판매 이익의 일부를 기금에 넣어 그 투자 수익을 재원 삼아 매년 한 번씩 배당금을 지역 주민에게 배분한다. 2019년 기준 주민 1인당 지급액은 1606달러(약 180만원)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오미타라 지역에서도 민간 단체들이 협력해 2008년부터 2009년 12월까지 2년 동안 지역 주민 930명에게 매달 100나미비아달러를 지급한 사례가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2017년부터 매달 1320달러(온타리오주의 저소득 기준선의 75%선)를 기준으로 참가자 소득이 이보다 적은 경우 부족분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실험을 했다. 당초 2019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 실험은 2018년 7월 중단됐다. 천문학적 재원을 투입한 것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기본소득제 반대 의견의 핵심적 이유 중 하나가 ‘근로에 대한 동기 부여를 잃게 만든다’는 것인데, 캐나다 참가자의 경우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이 실험 전과 후 모두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참가자 상당수는 기본소득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이 돈을 더 좋은 근로조건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데 썼다. 앞서 스위스의 경우도 국민들이 바로 이 점을 의식해 기본소득 도입안을 국민투표로 부결했다.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경찰의 해산 요구에 불응한 뒤 명상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심화하면서 봉쇄 조치에 대한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 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기본소득제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암스테르담=AP연합뉴스

이 밖에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와 브라질이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행했거나 운영 중이고 프랑스, 스페인 등 12개국도 비슷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라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기본소득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로봇시대’는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옥스퍼드대 칼 베네딕트 프라이 교수와 마이클 오즈본 교수는 ‘고용의 미래’라는 논문에서 향후 20년 안에 미국 내 직업의 47%가 위험에 처한다고 예측했다. 2025년까지 미국 내 로봇 수는 4배로 증가하고 노동자 1000명당 로봇 수는 5.25대를 초과하게 된다. 이 경우 10년 안에 190만∼340만명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한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와 제롬 글렌 세계미래연구기구협의회 회장은 최근 출간한 저서 ‘세계미래보고서 2021’에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가 증가하고 경제 위기가 깊어지면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기본소득 세수 중 1위는 조세피난처에 숨겨놓은 돈을 가져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로봇세금”이라고 진단했다. 로봇은 돈을 쓸 줄 모르니 로봇이 버는 대부분의 돈을 세금으로 환수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로봇세’를 통한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제안한 바 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박영숙유엔미래포럼관련 언론보도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