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혼죄 도입 논란 심화: 한국과 서구의 법률 시스템 비교 및 시사점
한국 사회에서의 중혼죄 논란 심화
최근 한국헌법학회와 대법원 헌법·행정법연구회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서 중혼죄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간통죄 폐지 이후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법적 구제가 어려워지면서, 중혼죄 도입을 통해 일부일처제를 보호하고 배우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중혼죄 도입 논의의 배경
- 간통죄 폐지: 2015년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이 불가능해졌다.
- 배우자의 권리 침해: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법적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 사회적 공감대 형성: 일부일처제를 보호하고 가족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혼죄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중혼죄 도입의 찬반 논쟁
- 찬성 의견:
- 일부일처제를 보호하고 가족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마련할 수 있다.
- 유류분 침해 등 재산상 손해를 방지할 수 있다.
- 반대 의견:
- 개인의 행복 추구권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 오히려 가족 해체를 부추길 수 있다.
- 증거 수집 과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서구 국가들의 중혼죄에 대한 접근
-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간통죄를 폐지하고 중혼죄를 도입하여 일부일처제를 보호하고 있다.
-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중혼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엄격한 처벌을 하고 있다.
- 영국: 중혼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결론 및 시사점
중혼죄 도입 논쟁은 단순히 형법적인 문제를 넘어, 개인의 자유와 가족의 가치, 사회의 변화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관이 충돌하는 복잡한 문제이다. 따라서 중혼죄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 다양한 가치의 조화: 개인의 자유와 가족의 안정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 국제적인 추세 고려: 다른 국가들의 법률 시스템을 참고하여 우리나라에 맞는 최적의 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 사회적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법률도 유연하게 변화해야.
중혼죄 도입 논쟁은 단순히 법적인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떤 가족관을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추가적으로 알아야 할 점
- 중혼죄와 간통죄의 차이: 중혼죄는 이미 혼인 관계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혼인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며, 간통죄는 혼인 관계 중 다른 사람과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
- 사실혼: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부부처럼 생활하는 관계를 말한다. 중혼죄 논의와 관련하여 사실혼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 국제결혼 증가: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중혼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 다양한 가족 형태의 인정: 동성 결혼, 비혼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인정되면서 기존의 가족법 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졌다.
서구 국가들은 대부분 중혼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각국의 중혼죄 처벌 현황을 살펴봤다.
유럽 국가들의 중혼죄
독일
독일은 중혼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민자들의 중혼 문제와 관련해 "누구도 문화적 가치나 종교적 신념을 법 위에 둘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프랑스
프랑스는 중혼을 1년의 징역형과 4만5천 유로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다만 최근 외국인 간의 중혼 혼인에 대해서는 사례별로 인정 여부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영국
영국에서 중혼은 최대 7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해외에서 이뤄진 중혼의 경우 제한적으로 복지혜택만 인정하고 있다.
북미 지역의 중혼죄
미국
모든 주에서 중혼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최대 5년의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1862년 모릴 반중혼법 제정 이후 연방법으로도 중혼을 금지하고 있다.
캐나다
캐나다는 형법 제293조에 따라 중혼을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비공식적인 복수 관계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타 국가들의 입장
호주와 뉴질랜드
두 국가 모두 중혼을 7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며, 해외에서 이뤄진 중혼의 경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한다.
스위스
중혼은 불법이나, 해외에서 이뤁진 중혼 혼인은 사례별로 인정 여부를 검토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은 일부일처제 보호를 위해 중혼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중혼죄 도입, 일부일처제 보호를”…한국헌법학회-대법원 헌법·행정법연구회 공동학술대회
‘헌법과 가족법’ 공동학술대회
간통죄 폐지로 형사 처벌 불가
형사적 구제 방법 만들 필요
헌법상 보장된 일부일처제 혼인과 가족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배우자가 있는데도 내연남(녀)과 가정을 꾸리는 등 사실혼 수준의 외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상 중혼죄를 둬야 한다는 현직 부장판사의 주장이 나왔다. 중혼죄란 아내나 남편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다시 혼인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를 뜻한다. 2015년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때문에 현재는 민사상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이 유일한 사법적 구제 방법이다.
정용신(51·사법연수원 32기)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한국헌법학회와 대법원 헌법·행정법연구회가 개최한 '헌법과 가족법' 공동학술대회에서 '보호장치 있는 파탄주의와 중혼죄의 도입 검토: 축출될 수는 있으나 벗어날 수는 없었던 이들을 위해'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 부장판사는 "배우자가 부정행위 등을 저지른 경우 그의 법률상 배우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추후 자녀들이 정당한 상속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점일 것"이라며 "상대방이 유언 상속을 통해 자신과 자녀들이 상속을 받을 수 없도록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때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법정상속분의 절반까지만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간통죄가 폐지돼 내연남(녀)에 대한 간통 고소가 불가능해지면서 현재 형사적인 사법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어졌다"며 "나아가 최근에는 부정행위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명예훼손했다는 이유, 부적법한 취득 과정에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나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자가 내연남(녀)와 이른바 살림을 차리는 등 중혼적인 사실혼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리어 그 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경우, 상대방은 유책주의를 이유로 들며 버티다가 끝내 반소를 제기하게 되는 실정"이라며 "때문에 상대방은 축출 이혼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일본 등 간통죄를 폐지한 국가 대부분은 형법상 중혼죄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일부일처제 혼인 제도를 보호하는 것이다. 동성 간 등록된 생활 동반자 관계에서의 중혼죄를 인정하는 국가도 있다. 독일은 제3자와 혼인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간통죄를 폐지한 뒤 중혼죄를 형법에 신설했다. 일본에선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거듭 혼인했을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그 상대방도 같이 처벌한다.
영미권의 상황도 비슷하다. 영국의 형법은 중혼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의 모든 주 역시 중혼죄를 인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중혼을 한 경우 최대 1만 달러의 벌금형 또는 1년 이하의 교도소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정 부장판사는 "형법 제정 당시에는 축첩(蓄妾)의 악습을 방지하기 위해 쌍벌규정의 간통죄를 채택했고, 중혼죄는 옥상옥이라는 이유로 형법에 등장하지 못했다"며 "2015년 헌재가 간통죄에 대해 '잠정 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이 아닌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배우자의 중혼적 사실혼으로 인해 고통받는 상대방에 대한 사법적 구제가 요원해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형법상 중혼죄를 신설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일부일처제의 혼인제도를 지키는 한편 배우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보호할 수 있다"며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파탄주의를 도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승이도(46·41기) 건국대 로스쿨 교수가 '시간의 측면에서 바라본 헌법과 가족법: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과 재판청구권 보장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지성우 한국헌법학회장은 "가족의 형태와 구성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족법 역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관련 법 개정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며 "많은 국가에서 헌법상 가족과 모성보호 원칙과 조화될 수 있는 합리적인 규범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 가족법은 새로운 가족 형태와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해석·개정해야 하되, 이러한 규범의 변화는 사회가 수용 가능한 범위와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연욱(56·23기) 대법원 헌법행정법연구회장은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가족의 형태와 기능은 다양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와 가족법이 규율하는 실제 사이에 충돌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혼인에서 동성 결혼을 비롯한 다양한 가족 형태의 인정 문제, 이혼에서 파탄주의와 경제적 약자인 배우자의 권리 보호 문제 등에 대해 기존의 가족법 체계가 현실에 맞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학문적 관점, 실무 경험을 가진 여러분들의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족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안정을 동시에 추구할 방안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